◈ 삶 5

등산과 인생

참노삶 2015. 1. 1. 12:16

 

 

등산과 인생



등산은 인생과 같다
정상이 보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언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때론 답답하고 불안하다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뿐이다



등산은 삶과 같다
평탄한 길은 별로 없다
때로는 깔딱고개에서 숨을 헐떡이고
때로는 내리막 길을 만나기도 한다
어떨 때는 한없이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젊어서는 그 사실을 몰랐다
조그만 내리막 길을 걸어도 초조하고 불안했고
조금 빨리 간다 싶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동안 나는 너무 급하게 살았다
빨리 오르면 끝이 보일 것 같아서였다
산에서는 속도가 별 의미가 없다
빨리 오른 사람이 늦게 오는 사람을 경멸하지도 않고
늦게 오르는 사람이 빨리 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 사정에 맞게 오르면 그뿐이다
빨리 산에 오르나 천천히 산에 오르나
큰 차이도 의미도 없다



등산은 우리 인생살이와 같다
어떤 이는 쫓기듯 산을 오르고
어떤 이는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떤 사람은 천천히 풍경을 즐기며 오르고
어떤 이는 오르다 말고 내려온다
어떤이는 아예 산 아래 진을 치고 음식만 먹고 내려온다
그게 사람 사는 모습이다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는 것일까
산이 있어 오른다고 하는 이도 있고
살을 빼기 위해 오르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답답해서 산에 오른다
나는 그저 산이 좋아 오른다
푸른 산을 보면 거기 가고 싶어 몸살이 난다



등산은 버리는 과정이다
아니 버릴 수 밖에 없다
땀을 버린다
쓸데없는 생각도 버린다
미움도 버리고 세상에 대한 집착도 버린다
산 정상에 서면 세상사가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정상에는 오래 머물 수 없다
그곳은 오래 머물 곳이 아니다
바람도 세고 너무 좁다
내가 그곳에 죽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정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에 오른 순간 내려갈 준비를 해야 한다
삶도 마찬가지다
정상에 오른 사람은 곧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
계속 정상에 머무르려 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게 세상 사는 이치다



등산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위험하다
그래서 내려갈 때 조심해야 한다
가능한 자세를 낮추고 방심하면 안 된다
삶도 비슷하다
하늘까지 오른 용에게는 후회할 일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