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칠전 필자의 친할아버지가 95세의 일기로 생(生)을 마감하셨습니다. 설을 앞두고 눈길에 미끄러지신 후 유명(幽明)을 달리하게 된 것이지요. 모든 가족들이 급보를 전해 듣고 고향으로 집결하였으며, 장례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장례식의 절차와 눈으로 비춰지는 형식들은 필자가 어릴 적 경험하였던 80년대 장례방식과 큰 차이가 없었으며 실망스럽고 짜증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차이를 들라면 모든 식기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로 대체 되었다는 점과, 장례식장 조리실에서 만들어진 음식들이 직원들에 의해 배달되어 곧바로 공급된다는 점뿐이었지요. 한마디로 편리성만 강조된 기형적인 장례음식문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었으며, 식품의 위생(衛生)이나 생산지는 벽면에 걸려 진 '원산지 표지 안내서'만큼이나 신빙성(信憑性)이 없어 보였습니다. 또한 영정앞에서 명복을 빌기 무섭게 하얀비닐을 덮은 상 위로 가차없이 쏟아져 올라가는 술과 음식들은, 문상(問喪)을 오는 손님들이 더이상 나타나지 않을때까지 쉼없이 오르내리며 음식물 낭비의 전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말로 배가 고프지 않는이상 장례음식을 조금씩만 먹고 남기기 일쑤였으며, 승용차를 몰고온 터라 술 한 두 잔만 종이컵에 따라 드실 뿐이였습니다.
그래서 문상 온 손님들이 빠져나가면 상 위에는 조금씩 먹다 남은 음식들이 가득했지요. 그렇다고 남은 음식이 아깝다고 티비(TV) 고발 프로그램에서 본 것 처럼 '재활용'하여 장례식장까지 찾아주신 고마운 분들에게 다시올리겠습니까?! 하는 수 없이 남은 음식물들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여 '재활용 봉투'의 배를 채웠고, 또한 일회용 용기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환경 파괴는 말 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장례음식문화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진 않으시는지요!!" 쓰레기봉투에 음식물이 가득 차는 만큼 그때마다 상주들은 장례식장 직원들에게 음식물을 추가 주문하고, 반입(搬入)된 음식물을 체크해야 합니다. 두 개의 메모판엔 차려진 음식물의 이름이 기재(記載)되어 있고, 하나씩 추가 될 때마다 서로 바라보며 종업원과 상주가 똑같이 표시를 한다는 점이 특징이였습니다. 서로간의 믿음의 부제 속에 발생한 웃지 못 할 사회현상이겠지만,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줄여 나가려면 장례문화와 절차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여 '체계화'하고 '장례 음식문화'를 낭비가 없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번 장례식에서 필자가 느끼기에 개선되었으면 하고 생각되는 '장례식 밤샘문화'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죽은 사람을 장사 지내기 전에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이(近親知己) 관 옆에서 밤을 새워 지키는 일을 경야(經夜)라고 하는데, 부부일 때 한쪽이나 아들이 시신과 같은 침상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장례를 모시는 풍습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교통편과 통신시설이 발달하지 못해 급보(急報)를 전하기도 힘들었고 장례식장으로 찾아오기도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빠른 3일장보다는 5일장을 선호하게 되었고, 늦은 밤에 부랴부랴 찾아온 손님에게 따듯한 식사를 대접하려고 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교통편과 통신시설의 발달과 바쁜 현대생활로 인해 예전처럼 밤늦게 도착하는 분들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로인해 자정을 넘긴 장례식장안은 가족과 친지 몇 명을 제외하곤 텅 빈 상태로 썰렁하기 그지없었지요. 혹시 저희 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가해서 주변의 다른 상주들의 분위기도 살펴보았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직계가족(直系家族)을 제외한 나머지 상주들은 피곤과 불결한 위생상태에서 며칠간을 힘들여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라고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 '직계가족'이 아니라면 깨끗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문상오신 손님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감사를 표하는 것이 더 좋을 듯싶습니다.
예를 든다면 (물론 필자의 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상객에게 고인을 마주 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음을 통고(通告)하고 장례식장에서 만나 접대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되어집니다. 아니면 상주와 도움을 주실 몇 분만 자리를 지키고 교대로 움직이며 엄숙하고 깨끗하게 예를 갖추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도 생각하게 되었지요. "좋은 방법이야 찾아본다면 굉장히 많을 것 입니다." 그럼 '고스톱'은 언제 하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도박'에 열을 올릴 만큼 한가한 사람은 없었으며, 모두들 11시가 넘은 시각에 하나둘씩 자리를 뜨는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장례식장에 와서 '고스톱'과 '포커'를 치거나 술 마시고 흥얼대는 모습은 이젠 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또한 이번 장례식에서 개선되었으면 하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람들의 경황없는 틈을 타 판매되고 있던 '갖가지 물품'들 이었습니다. 특히 장례식장에는 급보를 전해 듣고 준비를 하지 않고 부랴부랴 정신없이 찾아온 '상주'들을 위한 다양한 일회성 마케팅이 넘쳐나고 있었는데, 예복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것부터 시작하여 'Y셔츠'부터 양말까지 모두 메모판에 싸잡아 판매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장사꾼 기질과 편리성을 도모한 강매(强賣)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패키지(package) 상품도 아니고." 또한 팔과 가슴에 상주를 표시하는 견장(肩章)을 부착하는 모든 것들이 다, '돈'이었는데, 당신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슬픔에 처했을 때 그것을 이용하여 돈벌이만 펼친다면 기분이 좋을까 묻고 싶네요. "그들은 직원 할인을 받겠군요.ㅋㅋㅋ" 원산지가 중국산인 '삼베옷'한벌도 기본적으로 50만원이 넘었고, 국산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고가(高價)의 제품들이 많았습니다. 그로인해 '입관식'에선 삼베옷 값의 값어치를 증명하듯 두사람의 장례 도우미가 고인을 '미라'처럼 꽁꽁 동여 메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시신을 매장 하였을 때 썩어도 흔들리지 않게 하기위한 소렴(小殮)과 대렴(大殮)의 절차이긴 하지만 이제는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판단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장례식장'이라는 것도 없었고, 더군다나 장지로 떠나기 전까지 부패(腐敗)를 막기 위한 '냉동 안치실'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분향소 영정(影幀)뒤에 병풍을 치고, 시신의 잡균 서식을 막아주고, 향균, 항독 및 수분의 흡수력이 뛰어난 삼베옷을 입혔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시설이 현대화된 시점에서 수의를 저렇게 입혀야만하며, 매장(埋葬)이 아닌 화장(火葬)을 하는 고인(故人)에게까지 저런 식으로 적용해야 하는지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이점 또한 계선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 가 생각되었습니다. 또한 장례식 절차 중 유교적 관습에 의해 형성된 절차가, 시간과 편리성을 위해 형식만 남아버린 어처구니없는 일도 떠오르는군요. 장지(葬地)로 출발하기 전, 제사상을 차려놓고 일가친척이 전부모여 그곳 장례식장의 '사무장'이라는 사람의 호령에 의해 제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는 제사가 시작되기 전 자신이 장례에 대한 모든 절차와 역사를 모두 꽤 뚫고 있다는 듯 큰소리로 제사상의 사과는 이쪽에, 배는 저쪽에 두는 것이며 조선시대 '황의 정승'까지 끌어들여 무진장 아는 척을 하였습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그리고 장례절차에 대해 가족 중 연로하신 한분이 '이것은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였는가'에 대해 반문하자 오히려 큰소리로 '아니 이것이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며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자신 있게 말하였습니다. "그럼 장례식장에서 일하지 마시고 장례 연구가를 하시죠!! 학위좀 받으시고." 하지만 그곳에 있던 어른들과 모든 사람들은 그 점에 대해 이의(異議)를 제기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틀 밤을 꼬박세운 상주들은 심신(心身)이 모두 지쳐 있었고, 그런 것을 따진다 한들 그들이 행해왔던 일들을 되돌리기엔 시간과 힘이 너무나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불합리함을 알고 이의를 제기하면 주변 어른들이 '문제 일으키지 말고 그냥 하는 대로 하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필자의 어깨는 축축 쳐지기만 했지요. 그리고 숟가락을 밥에 꽂고 사무장은 큰소리로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더군요. "돌아가신 선생님께서 자식들이 정성스레 마련한 '제삿상'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민망하지 않토록 모두 뒤돌아 주십시요."라고. 그후 '10초'도 않되는 시간을 뒤돌아 있었고 사무장의 지시에 따라 다시 앞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그는 '제사순서' 중 합문(闔門)에 해당하는 절차를 시킨 것 같은데, 원칙적으로 따지자면 밥을 9번 떠먹을 수 있는 시간이나, 식사를 하는만큼의 시간을 주어야 하는 것 입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문을 닫고 나가 있어야 하고요. "어차피 제멋데로 간소히 형식만 취할꺼면 엄숙히 명복을 빌며 가만히나 있지!!" 또한 무릎을 꿇고 절을 한 상태에서 양손바닥을 땅에 대고 할아버지를 기리며 먼저와 마찬가지로 10초 정도 곡(哭)을 하라고 한 부분에선 짜증이 강하게 났습니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절차에 당황하고 처음 하는 것이라 생소한 느낌이 들어 그럴 수 있겠지만, 과연 장지로 떠나는 자동차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이러한 형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시간과 형식에 치우쳐 진정한 예(禮)를 잊고 껍데기만 포장한 과장된 몸짓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제사라 할 수 있는 초우(初虞)를 이런 식으로 지냈다는 것이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고인을 편안하고 엄숙하게 보내기 위해 상주들이 얼마나 참고 '그러려니'하고 넘긴다는 사실을. 그런 약점을 알고 있기에 그들은 이렇게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장례절차로 인해 친숙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에 맞춘 절차와 형식만 따지며 유교, 불교, 서양종교가 교묘하게 섞인 장례절차는 바뀌어야하고,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팔며 편리성만 생각하는 장례문화는 개선(改善)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점은 한가지 입니다. 어짜피 지금당장 바뀔수 있는 장례문화는아니고, 예전부터 내려오는우리의 방식을 한꺼번에 바꾸자는 말도 아닙니다. 또한 장례문화를 개혁(改革)하자는 것도 아닌, 보완(補完)과 개선(改善)을 통해 한국의 장례문화에서 뭔가 잘 못되었다는 점을 찾아, 그것을 인정하고 현상황에 맞게 조금씩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세브란스'병원에서 장례식장의 '5불 정책'을 펼친 적이 있으나 '장례식장'의 수익성에 문제가 발생하여 합리적인 장례문화정착 시범사업이 실패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는 곳, 한 사람의 죽음을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고 모든 것을 상업적인 것에만 결부시키는 썩어빠진 사회현실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요즘 티비 광고에서 장례절차의 편리성과 편안한 서비스만을 강조하는 '상조'광고가 부쩍 눈에 들어오고 있는데, 한때는 그와 비슷한 '대출'과 '보험'광고가 사람들의 귀를 자극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것을 쭉~(!!)연결해서 상상하면 "보험 들고 대출받아 빚으로 쪼들리다 죽음으로 되 갚으라"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무튼 필자는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장례식에 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절차와 종교적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장례식의 진정한 의미는 죽은이에게 진심으로 명복을 빌고, 남겨진 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아픔을 함께 나누는 마음가짐과 행동 일 것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친할아버지의 장례식은 너무나도 아쉬움이 남는 '기억'으로 남겨질 것 같아 가슴 아플 따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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