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위한 기도/이해인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성실함, 어떤 모양으로든지 관계를 맺는 이들에게는 변덕스럽지 않은 진실함을 지니고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힘겨운 시련이 닥치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견디어내는 참을성으로 한 번 밖에 없는 삶의 길을 끝까지 충실히 걷게 해 주십시오. 숲속의 호수처럼 고요한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마음의 고요를 키우고 싶습니다. 바쁜 것을 핑계로 자주 들여다보지 못해 왠지 낯설고 서먹해진 제 자신과도 화해할 수 있는 고요함, 밖으로 흩어진 마음을 안으로 모아들이는 맑고 깊은 고요함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고요한 기다림 속에 익어가는 고요한 예술로서의 삶을 기대해 봅니다. 마음이 소란하고 산만해질 때마다 시성 타고르가 그리 한것 처럼 저도 ‘내 마음이여,조용히, 내 마음이여, 조용히’ 하고 기도처럼 고백하고 싶습니다. 하늘을 담은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지나친 편견과 선입견으로남을 가차없이 속단하기 보다는 폭넓게 이해하고 포용하는 너그러움을 지니고 싶습니다. 나라를, 겨레를, 세계를 좀 더 넓게 바라보고 좀 더 넓게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밤새 내린 첫눈처럼 순결한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악과 타협하지 않고 거짓과 위선을 배격하는 정직한 마음, 탐욕에 눈이 멀어 함부로 헛된 맹세를 하지 않으며, 작은 약속도 소홀히 하지 않는 진지함을 지니고 싶습니다. 감각적인 쾌락에 영혼을 팔지 않으며, 자유와 방종을 혼돈하지 않는 지혜로움, 어린이 같은 천진함으로 이웃을 전적으로 믿고 신뢰하는 용기를 지니게 해주십시오. 사랑의 심지를 깊이 묻어둔 등불처럼 따뜻한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기뻐하는 이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이와 함께 슬퍼할 수 있는 부드럽고 자비로운 마음, 다른이의 아픔을 값싼 동정이 아니라 진정 나의 것으로 느끼고 눈물 흘릴 수 있는 연민의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남에 대한 사소한 배려를 잊지 않으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따뜻한 마음, 주변에 우울함 보다는 기쁨을 퍼뜨리는 밝은 마음, 아무리 속상해도 모진 말로 상처를 주지 않는 온유한 마음으로 하루하루가 평화의 선물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들녘의 볏단처럼 익을수록 고개숙이는 겸손한 마음을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부끄러운 약점과 실수를 억지로 감추기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마음, 자신의 잘못을 비겁하게 남의 탓으로 미루지 않는 겸허함을 지니고 싶습니다. 다른이의 평판때문에 근심하고 불안해하거나 초조해 하지 않는 의연함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내일은 내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몰라’ 하는 깨어있음으로 삶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며, 오늘 해야 할 용서를 내일로 미루지 않는 겸손함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살아있는 동안은 나이에 상관 없이 능금처럼 풋풋하고 설레이는 마음을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사람과 자연과 사물에 대해 창을 닫지 않는 열린 마음, 삶의 경이로움에 자주 감동할 수 있는 시인의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타성에 젖어 무디고 둔하고 메마른 삶을 적셔줄 수 있는 예리한 감성을 항상 기도로 갈고 닦게 해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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