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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검은집>의 한 장면. 과연 누가 사이코패스일까. |
국내에서 사이코패스란 개념이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엽기적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때부터. 2004년 7월 검거되기까지 10개월 동안 21명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절단해 유기한 유영철은 조사과정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았다.
영화 <검은집>은 배우의 입을 빌려 사이코패스에 대해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라고 얘기한다. 그들을 '인간의 가면을 쓴 악마'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가면 뒤 사이코패스의 실체를 알기 위해 범죄심리학자 조은경 한림대 교수(심리학)를 만났다. 조 교수는 경찰청 강력사건 분석자문위원으로 연쇄살인범 유영철ㆍ정남규를 직접 면담했으며, <진단명 사이코패스>(로버트 D. 헤어 지음ㆍ바다출판사 펴냄)를 공동번역하기도 했다.
"영화 <검은집> 내용과 유사한 실제 사건 있었다"
먼저 영화 <검은집>의 줄거리를 얘기하자 조은경 교수는 "시나리오 작가가 참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실제 그런 사건이 있었다"며 '그 사건'에 대해 들려줬다.
"2003년에 발생한 사건인데 엄마가 보험금을 노려 친딸을 죽였다고 무기징역을 받은 사건이 있다. 알고 보니 그 여자 주변에 이미 죽은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다. 아이 아빠인 전 남편, 친한 친구도 죽었고, 모두 보험금과 관련이 있었다. 딸은 수영장에서 떠올랐는데, 부검 결과 독극물이 발견됐다. 확실한 물증이나 자백은 없었지만 엄마 이외에는 다른 사람의 살해 가능성을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최초로 대검에서 뇌파검사까지 했던 사건이다."
사건 당시 딸의 나이는 9살이었고, 죽기 이틀 전 엄마 안아무개(37)씨는 딸 앞으로 보험에 가입했다. 최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원심이 확정됐다. 조 교수는 보험금과 관련한 또 다른 사례도 소개했다.
"보험금을 타려고 남의 눈을 계속 찌른 여자도 있다. 자기 남편, 아이, 친구… 그 여자도 보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싶은데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계속하는 거다. 그런 행위를 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사회적으로 비난받고 감옥에 갈 거라는 두려움이 없으니까. 사이코패스는 오로지 자기 자신에만 관심이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서라도 해야만 한다."
<진단명 사이코패스>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들의 삶은 다른 사람이 비용을 대는 자기만족 게임에 불과하다'. 그 '비용'이 경우에 따라선 다른 사람의 목숨이 될 수도 있다.
'가사는 알아도 음악은 모른다'
영화 <검은집>은 사이코패스에 대한 설명을 광고카피로 내세우고 있다. '표정이 없다' '동정심도 없다' '고통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마음이 없다'.
- 사이코패스는 감정이 없다는데 정말 그런가.
"사이코패스도 감정이 있기는 하다. 화를 낸다든지 그런 건 있지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희노애락 상황에서 적절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외국 실험을 보면 감정적인 얼굴 모습들을 보여주고 구별하게 했을 때 사이코패스들은 잘 구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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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단명 사이코패스> 책표지 | |
ⓒ 바다출판사 |
조 교수는 자기중심적이고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 외에 사이코패스의 성격 특징으로 충동적이고, 행동 제어를 잘 못하며, 책임감과 죄의식이 없고, 거짓말과 속임수에 능하다… 등등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만난 한 강도 전과자의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PCL-R(사이코패스 진단방법. 40점 만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사이코패스 성향이 크다. 보통 사람의 경우 15-16점인데 유영철은 34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점수가 29점이었다. 나이가 마흔이었는데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 수십 차례 강도 행위를 저지르고 소년원과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면서도 얼마나 고민 없이 살았으면 그토록 편안한 얼굴을 할 수 있는지…."
조 교수는 또 "사이코패스의 공통된 성격특징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발현되는 형태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폭력을 즐기기도 하고, 남의 것을 슬쩍 하기도 하고, 남을 속여서 돈을 많이 벌 수도 있고, 남을 괴롭히면서 쾌감을 느낄 수도 있고, 성폭행으로 여자에게 고통을 주면서 만족해할 수도 있고…."
또 매우 드물긴 하지만 연쇄살인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도 한다. 사이코패스는 희생자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아니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그들에게 살인은 자신의 욕망 충족을 위한 하나의 게임일 뿐이다. 조 교수는 "연쇄살인범의 90% 정도는 사이코패스"라고 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정남규는 다른 유형의 사이코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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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철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았다.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물론 괴물 같은 사람도 있다. 유영철이나 정남규 같은 사람은 거의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 무얼 할지 모르는 그야말로 시한폭탄 같은 괴물이다. 새벽에 잠 안자고 그냥 돌아다니다가 자기 맘에 내키면 아무데나 들어가 사람 죽이고…."
조은경 교수는 앞서 밝혔듯이 경찰청 강력사건 분석자문위원으로 연쇄살인범 유영철ㆍ정남규를 직접 면담했다. 유영철을 직접 만나보니 어땠느냐는 질문에 "멀쩡하죠"라고 답했다. 그리고 유영철과 정남규는 "서로 유형이 다른 사이코패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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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은 검거 직후 "여성들은 몸을 함부로 굴리는 일이 없고 부유층은 각성했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했으며, 이후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반면 정남규는 범행동기에 대해 "세상이 싫어서"라고 밝혔으며, 첫 공판 최후변론에서 "(피해자나 그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은 전혀 없고 오히려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유영철에 대해선 한때 동정론이 일고, 팬카페가 개설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유영철이 원하는 건 사람들을 조정해서 자신을 믿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게 그 사람 성격에 맞는 거"라고 했다. 현재 유영철은 다른 재소자와도 잘 어울리지 않은 채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코패스는 사이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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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의 사이코패스들. <양들의 침묵> <한니발> 등의 렉터 박사(안소니 홉킨스 분ㆍ왼쪽)와 <투 다이 포>의 수잔(니콜 키드만 분). |
"기록으로 나타난 것만 보면 사이코패스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어떤 스트레스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조승희는 오히려 정신질환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이코패스는 과거를 보면 주변에 피해를 입힌 흔적들이 나오는데, 조승희는 그런 흔적들이 별로 없다. 있다면 여학생을 따라다닌 것 정도인데 어린 시절 가족들의 증언을 들으면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 같다."
조 교수는 사이코패스는 정신질환자, 이른바 '사이코'가 아니라고 했다. 쉽게 말해 "그들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에는 정신장애 항변이라는 게 있다. 법정에서 피의자의 범행 당시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고 판단되면 무죄선고를 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한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거기 해당 안 된다. 그들은 범행을 저지를 때 그것이 범죄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오히려 사이코패스로 판단되면 '위험한 범죄자'로 판정해 종신형을 선고한다."
<진단명 사이코패스>에서 인용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이코패스의 재범율은 다른 범죄자의 2배에 이른다. 특히 폭력 관련 재범율은 다른 범죄자의 3배나 된다.
조 교수는 그렇지만 사이코패스는 일반적으로 조폭 등 범죄자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와도 다르다고 했다.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행동패턴에 따른 분류인 데 비해 사이코패스는 성격특징을 가리키는 개념이라는 것. 그는 "사이코패스는 충성심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조폭이나 테러리스트 집단에는 별로 없다"고 했다.
"사이코패스는 자기밖에 모른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나 대의를 위해서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봉사라는 개념이 없다. 조폭 무리에 사이코패스가 있으면 아마 왕따당하거나 퇴출당할 거다. 자기 밖에 모르고 남 밑에 있는 걸 못 참으니까… 아마 보스 중에는 사이코패스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양복 입은 뱀'
<진단명 사이코패스>의 저자 헤어 박사는 "대부분의 범죄자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오히려 법망을 피해 교도소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 사이코패스가 많다"고 경고했다. 그의 추산에 따르면 일반인 가운데 사이코패스의 비율은 1%.
- 1%라면 100명에 1명꼴이라는 얘기다. 정말 그렇게 많은가.
"헤어 박사는 미국과 캐나다를 분석 대상으로 했기에 우리와는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많은 건 사실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지나가고 난 뒤 걔한테 또 당한 거 같애'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잖은가. 흔히 사이코패스라면 연쇄살인범이나 영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을 떠올리는데 그건 굉장히 드문 경우다. 대부분 사이코패스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이지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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