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는 왜 연비가 좋을까? 내 SUV도 터보라고? 디젤엔진에 관한 기초 상식
글| 정상현(자동차 저널리스트)
만약 여러분의 친구나 자녀가 “엔진은 어떻게 힘을 내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확신에 찬 어조로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연료와 산소의 화학 반응(폭발)으로 피스톤이 밀어지면서 힘을 낸다”고. 중학교 기술 시간에 다 배운 내용일 것입니다. 그래서 엔진의 원리는 상식이나 마찬가지죠.
그럼 이건 어떠세요? “가솔린과 디젤 엔진은 뭐가 다른 거죠? 왜 디젤은 연비가 좋아요?”라고 한다면? 이때 대개는 어린이에게 “아기는 어떻게 생기냐”는 질문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 준비한 걸 보시면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디젤 엔진의 기초에 대해 쉽게 풀어 적었거든요. 기초를 알고 나면 그 특성에 대한 풀이까지 쉬워집니다. 중학교 기술 시간보다 개념을 잘 잡아드릴 테니 잘 따라오세요.
스스로 불 붙이는 디젤 사이클
점화플러그. 문자 그대로 ‘불을 붙이는 장치’를 일컫습니다. 엔진 안쪽(실린더)에 공기와 연료가 들어오면 얘가 불꽃을 튀김으로써 폭발을 유도합니다. 그런데 이 점화플러그 말이죠. 디젤 엔진에는 없습니다. 가솔린 엔진에만 있어요. 즉 디젤 엔진에는 폭발을 유도하는 무언가가 들어 있지 않다는 겁니다.
노란 부분이 디젤 엔진에 없는 점화플러그 (사진출처 : 보쉬)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디젤은 불 붙이는 장치(점화플러그) 없이도 스스로 불붙기 때문입니다. 가솔린 엔진은 번개탄이 필요한 숯이라면 디젤 엔진은 도움 없이 불이 잘 붙는 고성능 숯인 셈이죠. 자, 여기까지 이해했으면 벌써 30% 정도 온 겁니다. 이제 가솔린과 디젤 엔진 간의 가장 큰 차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인젝터가 연료를 쏘면서 폭발하는 디젤 사이클(사진출처 : 보쉬)
그렇다면 디젤 엔진은 어떻게 혼자 불붙을까요? 비결은 ‘압축’입니다. 공기의 압력이 높아지면 온도가 올라가죠? 이 원리를 활용, 디젤 엔진은 피스톤이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공기를 꾹 눌러 불붙을 시점(착화 온도)까지 압축시킵니다. 그 순간 연료인 경유를 칙! 뿌려주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공기가 압축된 좁은 공간(실린더와 피스톤 사이)에서 경유랑 엄청 뜨거운 공기가 부딪치면서 폭발하는 겁니다. 그 압력이 피스톤을 밀어 내리며 나온 힘은 바퀴를 굴리죠. 이 때문에 디젤 엔진을 이른바 ‘압축 착화’ 기관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처럼 디젤 엔진은 스스로 불붙는 ‘신묘한 숯’입니다. 번개탄(점화플러그) 없이 공기의 압축만으로 불을 지피잖아요. 이러니 당연히 가솔린 엔진보다 열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압축비(팽창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거까지 여기서 한꺼번에 말하면 어려우니까, 이 부분은 이따가 다시 다룰게요.
정리 들어갑니다. 디젤 엔진은 공기를 압축해 불 붙을 만큼 뜨겁게 만든 다음 여기에 연료를 뿌려 폭발시키는 식입니다. 그래서 힘 조절은 ‘연료량’으로 합니다. 따라서 가솔린 엔진처럼 불꽃이 튀었을 때 폭발하는 게 아니라 연료가 뿌려질 때 폭발한다는 것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 양쪽 모두 ‘엔진’으로 일컬어지지만 힘을 내는 원리는 좀 다르죠?
디젤 엔진은 왜 연비가 좋을까?
디젤차 타는 사람들은 대개 “연비 좋아서 탄다”고 말합니다. 기름값을 확 줄여주니까 가솔린 차보다 시끄러운 걸 용서할 수 있다지요. 그렇다면 디젤 엔진은 왜 연비가 좋은 것일까요? 그 답은 앞서 말한 기본적인 작동 원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다시 짚어 보죠.
상용차용 V8 디젤 엔진을 쪼갠 모습(사진출처 : MAN)
디젤 엔진은 공기를 압축시켜 ‘폭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배웠습니다. 그 목적은 연료가 쉽게 타게 하기 위함이죠. 그 압축을 위해 디젤 엔진의 피스톤은 실린더의 꼭대기까지 바짝 올라가게 됩니다. 실질적으로는 피스톤의 윗면이 실린더의 윗면과 밀착할 때까지요. 이건 결국 ‘압축비가 높다’는 소리입니다. 피스톤이 제일 아래로 내려갔다가 제일 위까지 올라가는 점이 가솔린 엔진보다 멀다고 풀어 말할 수 있죠. 어렵게 말하면 연소 시의 용적과 팽창단의 용적 차이(=팽창비)가 크다는 거고요.
이걸 주사기에 대입하면 디젤 엔진은 주사기 끝까지 꾹꾹 미는 데 반해 가솔린 엔진은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가솔린 엔진도 디젤처럼 끝까지 밀면 되지 않냐고요? 네, 안 돼요. 가솔린 엔진의 압축비를 높이면 엔진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노킹’이 생기거든요. 노킹은 조기 착화, 즉 제때보다 빨리 불이 붙는 걸 말하는데요. 디젤 엔진은 이러한 노킹의 걱정이 없습니다. 가솔린 엔진과 달리 폭발 행정 전까지는 실린더 내에 연료가 아예 없어서 의도한 시점보다 빨리 불이 붙는 것(조기 착화)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거든요. 어쨌든 이렇게 압축비를 높이는 건 열효율을 높이는 기본으로 통합니다. ‘열 효율이 높다=연비가 좋다’는 건 당연한 소리. 결국 디젤 엔진이 연비가 잘 나오는 건 가솔린 엔진보다 높은 압축비 때문이라고 풀이됩니다.
디젤 엔진은 연료량 만으로 힘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사진출처 : 보쉬)
아울러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 대비 ‘희박 연소’합니다. 산소와 연료가 만나 폭발한다는 기본 원리 아래에서 연료가 희박하게(적게) 든다는 소리죠. 가령 대개의 가솔린 엔진은 실린더 안으로 들어가는 공기에 연료 방울을 섞어서 넣습니다. 파워는 스로틀 밸브라는 장치를 통해 혼합기(연료+산소)의 양을 조절합니다. 결국 ‘연료량과 산소량이 비례’하는 것이죠.
하지만 디젤 엔진은 실린더 내의 공기량이 정해져 있고, 그 공기의 양은 ‘충분’합니다. 벌써 여기서 가솔린과 차이가 생긴 거죠. 대체로 액셀 페달을 살짝 밟을 때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공기량이 3~5배나 많습니다. 이로써 공기량 대비 연료량을 적게 가져가는 것(희박연소)이 간단히 가능해지지요. 디젤 엔진이 저회전에서 가솔린보다 파워가 좋은 것도 결국 이런 연유 때문. 이를 두고 결국 열효율도 높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디젤 엔진이 연비가 좋은 마지막 이유는 ‘터보’입니다. 현존하는 양산차용 디젤 엔진의 99%는 터보 엔진이거든요. 터보를 달면 자연흡기 엔진보다 작은 배기량으로 비슷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즉 같은 출력의 자연흡기 엔진보다 기름을 적게 먹는다는 거죠. 요즘은 이걸 ‘다운사이징’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디젤 엔진을 두고도 “다운사이징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왜 디젤 엔진의 99%는 터보를 달고 있을까요?
디젤 엔진과 터보차저가 잘 어울리는 이유
디젤 엔진처럼 힘을 키우는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더 많은 공기와 더 많은 연료를 폭발시켜 큰 힘을 내면 그만이죠. 이때 가장 널리 쓰이는 과급기가 바로 터보차저입니다. 터보차저는 엔진 안쪽(실린더)에 공기를 강제로 넣어주는 장치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엔진의 배기가스를 활용, 터빈의 날개를 움직여 엔진에 공기를 밀어 넣죠. 일단 버려지는 가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효율 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고, 공기를 더 확확 주니까 힘을 키우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터보차저로써 엔진 힘을 키우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간단히 터빈을 더 빠르게 돌도록 만들면 되겠지요. 결국 ‘고압력 터빈=고성능 고효율 엔진’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가솔린 엔진에서는 이 전제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앞서도 잠깐 말했지만 ‘노킹’으로 불리는 조기 착화 현상 때문이죠. 반면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에서 볼 수 있는 노킹 현상이 없다고 했지요? 그래서 디젤 엔진은 상대적으로 과급 압력을 쉽게 올릴 수 있습니다. 결국 피스톤을 밀어내려는 힘 내지는 엔진 힘을 강하게 만드는 게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것이죠. 이런 상황인데, 디젤 차에 터보 안 달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 들겠지요?
일종의 치킨게임일 수 있는 얘기지만 또 하나의 이유로 ‘강건한 기본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디젤 엔진은 점화를 쉽게 하기 위한 고압축 설계가 필수라서 가솔린 엔진보다 기본적으로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이러면 터보차저를 달아 엔진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따른 부담이 한결 덜 하겠지요. 터보 단다고 해서 추가로 강화할 필요가 없거나, 설령 있더라도 적어도 가솔린 엔진보다는 적을 테니까. 아울러 앞서 말했듯이 디젤 엔진은 희박연소하기 때문에 실린더(엔진 안쪽)의 연소에 대한 온도 상승 압박이 덜합니다. 이 때문에 빠르면 30만rpm까지 회전하는 터보차저의 고열로부터 조금 더 견딜 수 있는 것입니다.
가솔린 터보에서 종종 제기되는 ‘반응성 문제’, 디젤 터보는 예외입니다
마지막으로 ‘터보랙’이라고 일컬어지는 반응성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것도 디젤 엔진의 장점입니다. 디젤 엔진은 연료를 뿜는 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반응성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원래부터 공기를 많이 마시고 있기 때문이죠. 그냥 연료만 더 뿌려주면 그만이니까 액셀 페달 밟는 양에 따라 엔진이 순식간에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얘기죠. 반면 가솔린 엔진은 들이마시는 공기량이 늘고 나서야 힘이 커져 액셀 페달 ‘반응성’이 떨어지기 마련이죠. 이는 결국 ‘터보랙’이라는 가속 지연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이 때문에 가솔린 엔진보다는 디젤 엔진이 터보차저와 더 잘 어울립니다. 결국 앞서 언급한 것들 모두가 디젤 엔진 대부분이 터보차저를 탑재한 연유이기도 합니다.
첨단을 달리는 디젤 엔진
루돌프 디젤이 생애를 바쳐 개발한 디젤 사이클. 1897년에 최초로 제작됐으니 벌써 1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사실 루돌프 디젤은 디젤 엔진에 쓰일 연료로 석탄 등의 분말을 염두에 두었다고 해요. 그런데 오늘날처럼 경유가 쓰이게 된 건 압축착화 방식에 맞는 연료분사 장치의 개발 탓이었다고 하니 뭔가 족보가 꼬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뭐, 이 관점에서라면 디젤 엔진의 창시자가 루돌프 디젤이 아니라 연료분사 장치를 잘 만든 ‘로버트 보쉬’일지도 모르니까요.
오늘날의 디젤 엔진은 그 역사가 말해 주듯 첨단을 달리고 있습니다. 현대적 디젤 엔진의 핵심인 연료 분사 장치만 놓고 봐도 2000기압의 분사 압력을 내는 게 흔해졌거든요. 이건 지구에서 가장 깊은 심해의 수압보다 높은 초고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근데 이걸 만드는 펌프, 그걸 저장하는 배관, 1/1000초 단위로 여닫히는 분사 기구까지 생각하면 정말이지 무서울 정도로 진화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죠. 터빈의 날개를 조절해 압력을 높이고 낮추는 가변 터빈도 마찬가지. 가솔린 엔진에선 극히 드물지만 디젤 엔진에선 흔합니다. 아울러 입자상 물질(PM)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디젤 미립자 필터(DPF)까지 생각하면 엔지니어들이 120년 동안 얼마나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는지 알 만하네요. 더 소름 돋는 게 뭔지 아세요? 디젤 엔진의 발전,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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