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운명
사람이 누군가에게 은혜를 입기는 쉽지만 그 은혜를 갚기는 어렵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때에는 참으로 고마움을 느끼지만
막상 그 자리를 벗어나거나, 그 시간이 지나고나면 쉽게 잊고 맙니다.
은혜를 갚는 일은 거창하게 물질로 보상하는 일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은혜를 갚는 기본은 고마움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이며,
그 고마움을 진정으로 글로 또는 말로라도 표현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간사한 우리는 그 고마움에 대한 표현을 하면서도 진정성이 없이
남에게 잘 보이려는 방법으로 고마움의 표시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고마움의 번지수가 바뀌어 정작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제껴두고
엉뚱하게도 다른 사람에게 고마움의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될 사람이 고마움의 표현을 받고,
정작 고마움의 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은 뒷전에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농부가 밭을 갈다가 자신의 밭에서 우연히 황금덩어리를 발견했습니다.
농부는 황금을 발견하게 된 것이 대지의 여신 덕분이라고 믿고
매일 대지의 여신에게 꽃바구니를 바치곤 했습니다.
그러자 어느 날 운명의 여신이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에게 선물은 보낸 사람은 난데 왜 대지의 여신에게 감사를 하는가?
나중에 그 황금들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면, 그때 그대가 원망할 상대는 누구인가?
그것은 바로 나 운명의 여신 아닌가?"
은혜를 입어 고마움을 표해야 할 상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고마움을 입은 적도 없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표현은
진정한 고마움의 표현이 아니라 사심이 담겨있는 표현에 불과합니다.
그것을 빌미로 그 영역에서 자기 자리를 찾으려는 사심의 발로입니다.
제대로 은혜를 갚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다면
그 마음은 비열한 일이며, 길게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주의로 찬사나 박수를 받으려는 졸장부의 처사라 할 수 있습니다.
은혜를 갚는 일은 우선 그 사람을 기억하는 일이다.
그 사람에 대한 고마움의 기억이 있다면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은혜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은혜의 표현은 고맙다는 말이다.
그 표현을 할 상대를 찾는 일도 중요하다.
우리는 고맙다는 말, 또는 표현은 많이 하지만 마음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데엔 인색하다.
그래서 우리는 빈말로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한다.
번지수가 맞지 않는 고마움의 표현은 때로 사심이 담겨 있어서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거나 그것을 기화로 삼아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는 욕심의 발로일 수 있다.
그러므로 고마움을 표현할 대상을 바로 찾는 일이 진정한 은혜를 아는 일이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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