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지 않아도
/향린 박미리
그대 오지 않아도
이대로 행복합니다
가을의 한숨이 깊어질 즈음이면
타는 그리움 식힐 날 있겠지요
철새가 울며 나는 날
찬서리 따라
내 모습 지워져 가도
사랑의 시간들은
화석처럼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을겁니다
영겁의 세월속으로
다시 인연될지 모를
그 바램만을 간직한채로 뒷목에서 빛이 난다
산에서
시장 골목에서
동네에서
걸어갈 때
내 뒷목에서 빛이 난다네
그 옛날
나를 앞장 세우고 걷던
어머님이 말씀하셨지
아유, 우리 딸 뒤통수도 이쁘게 생겼네
뒷목에서 빛이 나네
- 이기자의 시《행복한 아이》(전문)에서 -
* 통트명상(통증과 트라우마 치유명상) 중에
'힐링워킹'을 지도하던 오세빈님이 하신 말입니다.
"여러분은 걸을 때 뒷목에서 빛이 난다고 의식하면서
걸어보셨나요?" 그 말에 영감 얻어 쓴 시입니다. '힐링워킹'은
자신의 마음을 편하고 즐겁게 하는 걸음걸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식적으로 어떤 평화로웠던 장면을 떠올리며 걷는다든가,
머리는 풍선처럼 가볍다든가, 어깨는 옷걸이처럼 달려있다든가,
양쪽 관절 사이에 공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엉덩이를 받쳐주는
물속에 서 있는 것 같은, 상상을 하면서 걷는 것이죠.
길을 걸을 때, 어머님이 어린 나에게 해주셨던
사랑의 말씀을 떠올리면 행복하죠.
Still Me(가을의전설Ost) / Erkan Ak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