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이름의 통행로 중에서./이정하

세상엔 수도 없이 많은 길이 있습니다만 
그 중에는 늘 더듬거리며 
가야 하는 길이 있습니다 
눈부시고 괴로워서 눈을 감고 
가야 하는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이 바로 사랑 이라는 이름의 길입니다 
어쩌면 고행일 수도 있는 그 길
그 길을 우리는 그대와 함께 가길 원하나 
어느 순간 눈을 떠보면 
나 혼자 힘없이 걸어가는 때가 있습니다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그대가 먼저 걸어가는 적도 있습니다
그대와 내가 하나가 되어 가길 
바라나 세상의 모진 바람이 
그대의 등을
혹은 내 등을 떠미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론 폭설로 인해 길이 막힐 때도 허다합니다. 
그런 세파 속에서 
늘 흔들리고 그리하여 
늘 눈물겹고 늘 안타까운 것이 
사랑이란 이름의 아득한 길이 아닐는지요 
사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걷는 길은 기쁨보다는 슬픔 
환희보다는 고통
그리고 만족보다는 후회가 더 심한 
형벌의 길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이 고비만 잘 넘기면 
햇빛 따사로운 밝고 아늑한 길이 
저 너머에 펼쳐져 있는데 
어찌 우리가 그길을 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커피 같은 사람이 되리라 
처음엔 쓴 맛에 멀리해도 
한 번 두 번 삼키다보면 깊은 맛에 빠져들어
우울할 땐 설탕을 풀고 눈물이 날 땐 프림을 넣어
그대를 위로하며 사랑으로 가슴이 벅차 오를 땐 
하얀 잔에 행복한 그대 모습을 비춰주리라.
내 사랑하는 사람아!
어쩌다 쓴 맛으로 그대를 괴롭힐지라도
익숙해진 그 맛에 그대 나를 잊지 않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김현수님의 
《내 마음이 그러하므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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